섬뜩함과 낯섦의 사이에서

건물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료들의 선택적 조합이다. 돌, 나무, 흙 등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정리되고 결합되어 새로운 조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건물의 모습이다. 건물의 일부가 되기 전부터 자연 속에서 존재했던 재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닳고 썩거나 물이나 해충에 의해 분해되고 사라지는 것이 순리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건물도 자연스럽게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환경에 순응하는 모습일 수 있겠다.

건물을 미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는 것 보다 생태적인 관점에서 자연환경의 일부로 본다면 오래된 건물에 대한 태도가 변할 수 밖에 없다. 건물의 미학적 수준을 신체의 비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 건물을 생명체로 간주해 잉태하고 태어나고, 키운다는 표현이 르네상스 시대 건축 이론서들 속에도 기술되어 있다. 오래된 건물을 늙은 인간에 비유하며 보존 작업의 목적을 건물이 품위 있게 늙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생각할 수록 어색한 것도 그 사고의 틀이 구시대적이기 때문이다.

건축가로서 재건축 대수선 증축 개축 복원 신축을 모두 경험해 보았지만 아직도 어떤 경우 어떤 해법이 맞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반드시 복원해야하는 문화재는 어느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고, 보존의 목적이 숭고한 분위기의 보존이라면 골조 시공 후 마감을 안 한 신축건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고, 옛 삶의 흔적을 남긴다고 하지만 그 삶이 그다지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

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라질 건물이 있고, 복원 되어야하는 건물이 있고, 보존 되어야하는 건물이 있다. 한 집단의 기억을 사회 공동체 전체의 기억으로 치부할 수 없고, 한 건물이 보존되고 다른 건물은 철거되는 문제는 결국 사회적 권력과 연계되어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초대되어 형식적인 토론을 해도 왜 보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늘 비슷하게 애매하고 특정한 사상에 치우친 배경적 논의 뿐이다. 우리는 왜 보존할 것이 그 것 밖에 없는지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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